붉은악마도, 처용전사도 반발…성급한 K리그 감독 대표팀 정식 선임은 축구협회 자충수될 것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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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3 23:18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가 3월 A매치 전 정식 감독 선임에 무게를 두면서 국내 감독으로 후보군이 좁혀졌다.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다.
21일 정해성 신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1차 회의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전력강화위원 선정 이유, 감독 선임 기준 등을 설명하고 정식 감독을 뽑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언급했다.
질의응답 간 정 위원장은 한국인과 외국인 감독을 가리지 않고 뽑겠다고 밝혔으나 질문이 계속 되자 "외국 감독을 열어뒀지만 국내 감독에 비중을 둬야하지 않냐는 의견을 나눴다"거나 "국가대표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있어 외국 감독이 선임됐을 때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감독의 경우 현직에 있을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거다"라는 말들로 마치 국내 감독으로 이미 후보군을 좁혀놓은 듯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K리그 개막이 2주도 남지 않았다. 이미 동계 전지훈련을 통해 모든 감독이 팀에 자신의 색깔을 입혀놓은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K리그 현직 감독이 불려간다면 해당 팀 성적과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없었다. 정 위원장은 "시기적으로 촉박한 가운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한다. 각 클럽팀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 되면 그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며 읍소하겠다는 뜻만 밝혔다. '미디어데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도 언급한 만큼 K리그 현직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에 K리그 팬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미 대표팀에서 한 차례 곤경을 겪은 바 있는 홍명보 감독의 울산HD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공식 성명을 통해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홍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 선임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울산 서포터즈는 23일 오전 축구회관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며 홍 감독을 비롯한 K리그 감독들을 선임하려는 시도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력강화위 브리핑이 있기 직전 발표된 한국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의 성명과 일맥상통한다. 붉은악마는 21일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젖줄이자 근간"이라며 "전력강화위원회가 거론 중인 감독들을 보면 과연 K리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며 2011년 급작스럽게 대표팀을 맡게 된 최강희 감독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말아야 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3월 A매치 기간에 있을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위해 정식 감독 선임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3월 A매치가 18일부터 시작되고, 그로부터 일주일 전에 대표팀 소집 명단이 발표됨을 감안하면 전력강화위원회에 주어진 시간은 보름 남짓이다. 외국 감독은 물론 국내 감독이라도 선임까지 가기에 지나치게 적은 시간만이 남아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된 건 20일이고, 대략적인 선임 프로세스가 논의된 건 21일이다. 브리핑에서 나온 감독 선임 기준 8가지는 하나같이 두루뭉술해 어느 감독을 앉히더라도 끼워맞출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선임 과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앞으로 진행될 회의는 모두 비공개다. 브리핑은 물론 보도자료 등 일체의 미디어 활동이 없다. 최종 결과가 나온 뒤 차수별 회의 내용 경과를 보고한다는 건 사후약방문에 다름없다. 불투명한 과정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해 홍역을 치렀던 단체의 행보라기에는 믿기 힘들다.
3월 A매치 전에 정식 감독이 부임하려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선임 과정을 간소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철저히 지키는 것과는 반대된다. 그나마도 이러한 선임 과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투명한 감독 선임 과정 공개와 상충한다.
그 결과가 K리그 현역 감독 선임이라면 축구협회는 더 큰 반발에 시달릴 것이다. 대표팀에 산적한 문제를 무시하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 근간이 되는 국내리그의 자원을 빼오는 건 장기적으로 K리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선임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결정을 환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축구협회는 이미 3월 A매치 전에 정식 감독을 선임한다는 성급한 결정으로 많은 우려를 사고 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빠른 대표팀 감독 선임만을 위해 K리그 현직 감독을 불러들인다면 이는 축구협회에 대한 반발심을 폭발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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