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2회 감독이 경질되다니…최태웅 리빌딩 실패, 3년 전 트레이드 후폭풍 극복 못했다
현대캐피탈에서 물러난 최태웅 감독.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패배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을 두 번이나 정상으로 이끈 ‘명장’ 최태웅(47) 감독이 경질됐다. 9시즌째 팀을 이끌며 V리그
남녀부 14개팀 통틀어 최장수 감독이었지만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저녁 6시15분 최태웅 감독 교체를 전격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은 ‘침체된 구단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그동안 최태웅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보여준 팀을 위한 노력과
헌신에 감사드린다. 최태웅 감독의 새로운 미래를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캐피탈은 22일 현재 4승13패 승점
16점으로 남자부 6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이었지만 올 시즌은 초반부터 헤맸다. 1라운드 1승5패(승점 5점),
2라운드 1승5패(승점 4점), 3라운드 2승3패(승점 7점)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7위 꼴찌 KB손해보험(3승14패·14점)에도
승점 2점차로 쫓기고 있다.
시즌 반환점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이대로 갈 수 없다고 판단, 감독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진순기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면서 남은 시즌을 보내기로 한 현대캐피탈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구단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역 시절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서 뛰며
명세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최 감독은 2015년 4월 선수 은퇴와 함께 곧바로 감독에 선임됐다. 당시 나이가 39세로 젊은 데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감독으로 직행해 큰 화제가 됐다. 파격 카드로 선임된 최 감독은 유럽식 스피드 배구를 주창하며 V리그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데뷔 첫 시즌부터 V리그 역대 최다 18연승 기록과 함께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큰 성과를
냈다. 두 번째 시즌에는 첫 챔프전 우승으로 남자부 최연소 우승 감독 기록을 썼다. 이어 2017~2018시즌 정규리그 1위,
2018~2019시즌 챔프전 우승으로 데뷔 4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위업을 세웠다. 이 기간 챔프전과 정규리그 우승을 2회씩
했다.
2019~2020시즌도 코로나19로 조기 종료 전까지 3위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020~2021시즌 6위로 추락하며 첫 실패를 했다. 무엇보다 그해 시즌 도중 모두를 놀라게 한 대형 트레이드를 주도하면서 팀 체질 개선을 꾀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최 감독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0년 11월13일 당시 현대캐피탈은 국내 최고 미들블로커와 신영석과 세터 황동일, 상무에서 군복무 중이던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을 한국전력에 내주며 2년차 세터 유망주 김명관과 아웃사이드 히터 이승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3대3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당시 최 감독은 “재창단에 맞먹는 강도 높은 리빌딩을 통해 팀에 변화를 꾀하려 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트레이드 때까지 3승4패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최 감독은 과감하게 팀 재편을 결정했다. 이에 대한 반발 여론도 거셌다. 현대캐피탈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트레이드 당시에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팬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던 신영석을 내준 것에 대한 팬심이 들끓었다. 당시 신영석은 팀의 주장이기도 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신영석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현대캪탈 최태웅 감독과 김명관이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에서 물러난 최태웅 감독. 2023.12.20
명세터 출신인 최 감독이 195cm 장신 세터 김명관의 잠재력을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2021~2022시즌에는 7위로 창단 첫 꼴찌 수모를 당하며 최대 시련을 겪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챔프전 준우승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리빌딩의 결실을 맺는가 싶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김명관은 꾸준히 주전 기회를 받았지만 기대만큼 자리잡지 못했고, 최근 3년간 신인 드래프트 1~2순위로 지명한 김선호, 홍동선, 이현승의 성장세도 미진했다. 현대캐피탈이 지명할 수 있었지만 지명하지 않은 임성진(한국전력), 정한용(대한항공)은 폭풍 성장하고 있다. 허수봉과 박경민을 제외하면 확실한 젊은 선수가 없었고, 어느새 베테랑 의존도가 높은 팀이 되어버렸다. 리빌딩 방향성이 실종됐다.
결과적으로 3년 전 트레이드의 후폭풍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전력으로 간 신영석은 이적 후 3시즌 연속 베스트7 미들블로거 부문에 선정되며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어느새 37세 노장이 됐지만 올 시즌에도 세트당 블로킹 1위(0.726개), 속공 2위(65.24%)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3년 전 신영석과 함께 떠나보낸 또 다른 트레이드 멤버 김지한은 한국전력을 거쳐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된 뒤 잠재력이 터졌다.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261점), 공격 성공률 2위(51.83%)로 맹활약하면서 우리카드의 1위 독주를 이끌고 있다.
한국전력 신영석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카드 김지한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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