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흥국생명, 연패 위기... 수비·세터·외국인 '난국'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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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4 03:45
V리그의 독보적 흥행 치트키인 흥국생명이 흔들리고 있다. 팀 성적이 2라운드까지 절대 1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3라운드에서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팀 순위도 2위로 내려앉았다.
1차 원인은 3라운드에서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빡빡한 경기 일정이 집중되면서 체력 소모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7일 동안, 3일 간격으로 3경기를 치렀다. 그것도 인천, 김천, 인천을 오가는 장거리 일정이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24일 인천에서 정관장, 28일 대전에서 또 정관장, 그리고 31일 인천에서 현대건설과 경기를 치른다. 특히 1위 싸움 중인 현대건설과는 2번 연속 3일 만에, 그것도 지방에서 올라와 경기를 치른다. 4일 만에 흥국생명과 경기를 치르는 현대걸설보다 체력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흥국생명의 최근 부진은 일정 탓만 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진짜 문제는 '경기력 구조'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 위기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간격 연속 3경기 '지쳤다'... '경기력'도 큰 문제
흥국생명의 최근 경기력을 보면,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체력 저하, 최악의 리시브, 어이없는 토스, 중요한 순간 결정을 못 내주는 외국인 선수, 그것도 모자라 대량 범실까지 쏟아졌다.
지난 9일 GS칼텍스에게 패할 때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일 현대건설에게 패할 때 '최악의 정점'을 찍었다. 이 기간 동안 흥국생명은 4경기에서 1승 3패를 했다. 1승도 패배 직전까지 갔다가 김연경의 공격과 수비 모두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 덕분에 겨우 승리했다.
우선 흥국생명의 서브 리시브, 디그 등 수비 측면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특히 서브 리시브를 주로 담당하는 리베로 도수빈(25)과 아웃사이드 히터 김미연(30)이 체력 저하와 기량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23일 오전 현재, 도수빈은 서브 리시브 부문에서 여자부 전체 13위까지 크게 떨어졌다. 김미연은 더 낮은 19위다.
흥국생명에서 리시브를 가장 잘하는 선수는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리시브 부문 전체 6위에 올라 있다. 1~5위까지가 문정원, 임명옥, 오지영, 한다혜, 신연경으로 사실상 리베로들뿐이다. 또한 정관장, 현대건설의 주전 리베로보다 리시브 효율이 높다. 그러다 보니, 김연경이 리베로 도수빈의 리시브를 대신 받아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국 상대 팀 서브는 김미연과 도수빈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두 선수의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가 크게 흔들리다 보니, 세터들이 중앙 속공을 사용하지 못하고 김연경, 옐레나 쌍포에게만 더욱 의존한다. 그만큼 쌍포의 부담은 커졌고, 팀 공격 패턴도 단조로워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급격히 무너진 수비 라인... 세터, 여전히 '최고 난제'
▲ 옐레나(왼쪽)-이원정 선수 |
ⓒ 한국배구연맹 |
흥국생명의 최대 취약점으로 계속 거론돼 왔던 세터 부분도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전 세터인 이원정(23·176cm)도 지난 시즌보다 퇴보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주전 선수들과 맞춘 기간이 길고, 블로킹에도 장점이 있다. 그러나 토스가 불안정하고, 경기 운영 면에서는 어이없는 실수가 더 많아졌다.
김연경이 전위에서 상대 팀 낮은 블로킹 앞에 있는데도, 억지로 옐레나 후위 공격과 중앙 속공 토스를 고집하다 모두 실패하면 그 때서야 김연경에게 토스하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볼들을 주로 김연경에 토스한다. 이는 비효율적인데다, 팀 주 공격수인 김연경의 리듬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감독이 작전 타임 때 화를 내고 지시를 해도 집중을 하지 않고, 코트에 들어가면 자신의 고집대로 토스하는 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흥국생명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패스 페인트'(세터가 공을 토스하지 않고 직접 상대 팀에 넘겨 공격하는 행위)에 과욕을 부리는 것도 문제다. 이원정의 패스 페인트는 느리고 위력이 없기 때문에 상대 팀 수비에 헌납하기 일쑤다.
박혜진(21·177cm)이 최근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그나마 세터 부분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은 생겼다. 그는 세터로서 장신인 데다 팔 길이도 길다. 토스 높이가 높고, 미들블로커 속공 토스, 블로킹에도 능하다. 패스 페인트 기술도 빠르고 위력적이어서 성공률이 높다. 때문에 김연경과 이주아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1년 4개월이 넘는 공백기 때문에 경기 감각, 주전 선수들과 호흡 측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박혜진이 주전 세터급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또한 김다솔(26·173cm)도 백업 세터로서 안정감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세터 문제가 해결될 여지가 생긴다.
3경기 연속 공격효율 10%대... 외국인 '위험 수위'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인 옐레나(26·196cm)가 급격히 하락세인 것도 우려가 많다. 옐레나는 최근 3경기 연속 공격 효율이 10%대를 기록했다. 20일 현대건설전 3세트에서는 마이너스(-) 4.5%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격만 전담하는 아포짓 선수가 공격 효율이 10%대를 기록하면, 팀이 경기를 이기기 매우 어렵다. 또한 세터의 불안한 토스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도 없는 수치다.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옐레나의 공격 효율이 떨어진 건, 스스로 범실이 많았다. 세터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박혜진 세터가 들어오기 전부터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공격 효율 수치가 낮다는 건, 그만큼 공격이 블로킹에 차단되거나 범실로 상대 팀에게 헌납한 점수가 많기 때문이다. 공격 효율은 공격수가 기록한 득점 중에서 블로킹 차단과 범실로 내준 점수를 모두 제외하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격수의 능력과 실속을 평가할 때, 단순한 '공격 성공률' 수치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미 해외 리그나 국제대회에서는 공격수 평가 지표로 '공격 효율'을 주로 사용한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공격 효율을 비중 있게 공표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엘레나는 상대 팀의 국내 단신 선수들 앞에서 주로 공격을 한다. 반면 김연경은 상대 팀에서 가장 블로킹이 높은 외국인 선수 앞에서 주로 공격을 한다. 아본단자 감독이 팀 로테이션을 그렇게 배치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임에도 옐레나가 전위에서 해결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김연경이 전위일 때 2~5점 앞서며 승기를 잡아놓고도 김연경이 후위로 내려가면 연속 실점으로 역전 당하고 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 팬들은 '김연경 후위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20일 경기 작전 타임 때 "(김)연경이가 뒤에 가 있을 때 우리가 득점이 나야된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최근 김연경의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톱스타 직관, 6000석 매진... 감독·선수 책임감 필요
흥국생명은 리시버, 세터, 외국인 선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20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중요한 순간마다 서브 범실 등 무더기 범실을 쏟아냈다. 이날 흥국생명은 팀 범실이 무려 29개나 됐다. 현대건설이 기록한 13개보다 16개나 많았다. 도저히 경기를 이길 수 없는 수치였다.
비록 흥국생명이 연패 위기에 놓여 있지만, 높은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배구 황제' 김연경 열풍 때문이다. 올 시즌도 홈과 원정 경기 가릴 것 없이 남녀부 통틀어 독보적인 '팀 평균관중' 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이 지난 시즌보다 상승하는 등 V리그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일 흥국생명 홈구장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는 특급 배우 한지민과 정려원, 고혜진 드라마 PD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연경 팬이자 절친인 이들은 관중석에 앉아 팬들과 함께 흥국생명을 열렬히 응원했다.
흥국생명은 오는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정관장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23일 오전 예매 상황을 살펴보면, 6000석 매진과 올 시즌 V리그 최다 관중이 확실시된다. 감독과 선수들의 투지와 책임감이 필요해 보인다.
▲ 흥국생명 리시브 라인, 도수빈(왼쪽)-김미연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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