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가 나타났다.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패배 위기에 빠진 팀을 구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4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3 12-25 25-22 20-25 17-15)로 승리를 거뒀다. 승점 2점을 획득하면서 2위를 유지한 흥국생명(16승5패·승점 44점)은 여자부 선두(15승5패·승점 47점)과의 거리를 3점 차로 좁혔다.

경기 전체로 놓고 보면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였다. 옐레나는 팀 내 최다인 29득점을 올렸고, 41.9%의 공격 성공률을 나타내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의 견제에도 굴하지 않고 득점을 쌓았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빛난 선수는 바로 김연경이다. 이날 김연경은 18득점, 공격 성공률 38.6%로 옐레나의 부담을 덜어줬다. 

경기 초반만 해도 김연경은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1세트 4득점으로 무난한 출발을 알린 뒤 득점 없이 2세트를 마감한 데 이어 3세트에도 2득점에 그쳤다.



김연경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건 4세트였다. 63.6%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위력을 뽐냈다. 비록 흥국생명은 20-25로 4세트를 내줬으나 김연경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운명의 5세트, 김연경은 4-3에서 시간차를 성공한 데 이어 5-4에서 오픈 성공으로 1점을 추가했다. 동료들도 힘을 냈고, 13-13에서 임혜림의 서브가 벗어나면서 흥국생명이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하지만 박수연의 서브가 네트에 걸린 뒤 표승주가 오픈으로 역전을 일궈내면서 두 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흥국생명으로선 작은 실수가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김연경의 '클러치 능력'이 위력을 발휘했다. 14-15에서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의 서브 이후 박수연이 공을 받았고, 이원정의 토스를 받은 김연경이 시간차로 15-15 균형을 맞췄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15-15에서 이주아의 서브 이후 표승주의 공격을 박수연이 받았고, 다시 한 번 이원정의 토스를 받은 김연경이 득점을 추가하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16-15에서는 옐레나의 디그 이후 김수지가 공을 올렸고, 김연경이 오픈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연경의 연속 3득점에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올 시즌 김연경은 공격 2위, 시간차 3위, 오픈 5위, 퀵오픈 6위, 득점 7위 등 각종 부문에서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특히 개막 이후 5경기 연속으로 40% 이상의 공격 성공률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김연경은 2라운드부터 기복을 보였고, 특히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12월 20일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38%의 공격 성공률로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달 31일 현대건설과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도 공격 성공률이 35.5%에 그쳤다.

기록만 놓고 보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지만, 김연경은 팀 승리와 함께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연패를 면한 흥국생명은 7일 광주페퍼스타디움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